산업동물의 의사

수의학은 가축의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을 목적으로 발전해 온 학문이다. 지금까지 수의학이 대상으로 해온 동물은 말, 소, 돼지, 양, 닭 등, 모두 고기와 젖, 알, 또는 가죽 등을 인간이 이용하기 위해 사육해온 동물로, 수의학에서는 이들을 산업동물이라 부른다. 그리고 수의학 본래의 사명은 산업동물을 병으로부터 지킴으로써 축산물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병원체나 유독물질을 함유하지 않는 안전한 식육과 우유 등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많은 가축을 사육함에 있어서 가장 두려운 것은 전염병의 발생이다. 우해면상뇌증(광우병)이나 조류독감의 발생이 우리들 생활에 큰 영향을 끼쳤던 일은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 같은 가축의 전염병방지를 위해 수의학은 매우 큰 역할을 해왔다. 현재도 국가와 지방공공단체에는 동물위생연구소나 가축보건위생소, 항구와 공항에는 동물검역소가 설치되어 전염병방지를 위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 분야는 수의사의 가장 중요한 직종이다.

반려동물의 의사

앞서 말한 수의학 역사 가운데 개나 고양이가 거론되지 않았던 점에 독자는 의문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개와 고양이는 인간의 오랜 친구이다. 하지만 수의학에서 개와 고양이가 큰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상당히 최근의 일이다.
기술한 바와 같이 수의학의 대상은 산업동물이었으므로 인간생활에 직접적인 이익을 주지 않는 개나 고양이는 경시되어왔다.
그러나 물질문명이 진행됨에 따라 인간은 정신생활 면의 충실함을 요구하게 되었고 개나 고양이는 가족의 일원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종전의 애완동물이라는 통칭보다도 인간의 좋은 친구라는 의미로 최근에는「반려동물」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반려동물에 대한 수의학의 역할은 임상의학과 전혀 다를 바 없다. 개나 고양이의 병의 진단 · 치료기술은 현재 현저하게 진보되어 있고 앞으로도 더욱 발전해 갈 것이다.

환경위생과 수의학

현재, 인간생활의 안전을 지키는 수의학의 역할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정육점 앞에 진열된 육류는 전부 수의사에 의해 안전이 보증된 것이다.
새로운 의약품의 개발에 있어서는 다수의 실험동물을 사용하여 그 안전성이 확인되고 있으나 그 연구의 중심에 있는 것은 수의학을 이수한 연구자이다.

생명과학으로서의 수의학

수의학의 최근의 큰 변화로서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공헌이 있다. 생명과학이란 생명의 구조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수의학은 동물의 생명을 직접적인 연구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특히 이 분야와 관계가 깊다.
현재, 유전자의 구조를 조사하는 기초적인 연구부터 유전자조작에 의한 병의 진단 · 예방 · 치료법의 개발이나 가축의 품종개량 · 증산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응용적 연구에 이르는 많은 연구가 급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이 분야에 있어서 수의학의 역할이 앞으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부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구의 의사 - 미래를 향하여-

인간생활이 향상함에 따라 지구의 자연환경은 해를 거듭할수록 악화되고 있다. 그 영향을 제일 먼저 받는 것은 야생동물이다. 최근, 야생동물의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동물이 서식하는 깊은 산과 벌판에까지 도로가 놓여지게 된 것이 하나의 원인이다.
이와 같이 문명의 발달은 야생동물의 존재를 위협하고 있으며 한편으로 야생동물과 인간이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남에 따라 야생동물로부터 규명되지 않은 미지의 병이 인간에게 감염될 수 있는 위험성도 증대되고 있다. 최근 아시아에서 발생한 사스(SARS)라고 하는 사망률 높은 신형폐렴도 야생동물에서 인간으로 감염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인간과 동물에게 공통되는 병(influenza)의 발생을 막고 동물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는 일도 앞으로 수의학의 큰 사명이다.
즉, 21세기에 있어서 지구상의 모든 생물의 생명을 지킨다, 이를테면「지구의 의사」로서 수의사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6년간의 대학교육

위와 같이 수의학의 대상은 현재 가축부터 야생동물까지, 그리고 개체수준부터 유전자수준으로 크게 확대된 동시에 각각의 분야에서는 전문화가 진척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의학을 수학하는 데 의학이나 치학과 마찬가지로 6년간의 대학교육이 부과되어 있다.
처음에는 기초수의학과인 가축해부학, 가축생리학 등의 강의와 실습이 실시되어 동물의 정상적이 기능이나 병원체에 관한 지식을 습득한다.
이어서 임상 및 응용수의학으로서 가축내과학, 가축외과학 및 수의공중위생학 등의 강의 · 실습으로 병의 진단, 치료, 예방법이나 가축의 생산성향상과 환경위생상의 지식을 배운다.
많은 대학의 경우 약 5년 차부터 연구실에 소속되어 교수의 지도하에 졸업연구에 몰두하며 졸업논문을 작성해야만 한다. 또한 수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시험에 합격해야만 한다.
수의학을 배우기 위해서는 동물에 대한 강한 호기심이 필요하다.
실습에서는 동물의 생명을 희생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동물이 좋다」라는 이유만으로 수의학을 선택하는 것은 옳지 않다.

수의학부 졸업논문 테마의 예

6년간의 매듭인 졸업논문은 어떠한 테마로 작성되어 있을까? 아래에 홋카이도대학의 예를 소개하겠다.

· 시바개(일본특산의 개)에 발생한 GM1 gangliosidosis에 있어서의 유전자 진단법의 확립
· 고병원성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닭, 메추리, 찌르레기, 잉꼬, 생쥐 및 돼지에 대한 병원성의 해석
· 진드기 매개성 뇌염 바이러스 변환 단백질을 사용한ELISA에 의한 진단법
· 소 바이러스성 설사·점막병의 신규진단법의 개발과 분자역학적 연구
· 프리스톨 및 타이스톨 우사의 telemetry (원격측정법)형 만보계를 사용한 젖소의 발정발견
· 개 급성췌장염의 트립신형 면역활성측정
· 말 위궤양의 위점막병변의 조직학적 연구
· 오타루(小樽)시의 여우 및 너구리의 기생충 류 조사
· 모기 세포의 West Nile 바이러스 감염과 JNK의 역할

주목되는 연구테마

최근 일본수의학회의 연구발표 가운데 수험생에게도 이해되기 쉬운 테마를 선별했다.

-임상수의학분야
「개의 암 면역 요법」
「질병 다발 소떼에 대한 면역 프로필의 응용」
-공중위생분야
「우해면상뇌증(BSE)의 역학」
「수입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
-미생물학분야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Post Genome연구」
「조류독감의 역학과 방역」
-기생충학분야
「Babesia원충 감염증의 백신개발」
-병리학분야
「우해면상뇌증(BSE)에 관한 신경병리학적 해석」
-약리학·독성학 분야
「부신수질세포의 니코틴에 의한 세포 내 Na 이온농도 변화와 내향 전류」
「홋카이도 동부에 서식하는 두루미의 중금속 오염」
-생리·생화학분야
「뇌에 의한 말초 Interleukin 6의 산생조절」
「우유 유래 laktoferrin에 의한 모르핀 효과」
-해부학분야
「자이언트 팬더 및 말레이시아 곰 족근관절의 수상성 적응」

수의학에는「생물」이 필수!

앞서 서술했듯이「수의학부졸업논문 테마의 예」와「주목되는 연구테마」를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마치 외국어 같아서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테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입학해서 수의학 공부를 시작하면 자연히 알게 되기 때문이다.
단, 어느 테마를 보아도 분명하듯이 그 테마들은 모두 생물학이 기초로 되어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 두길 바란다.
최근의 입학생 중에는 고등학교에서 생물학을 이수하지 않은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 학생들은 수의학 수업을 이해하지 못해 상당히 힘들어 하고 있다. 그러므로 수의학 지망생들은 반드시 생물학을 이수하고 입학하기를 바란다.

일본의 수의학 교육은 뒤떨어져 있다?

일본의 수의학교육이 미국, 유럽의 여러 나라보다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국립대학의 8개 수의학과를 재편하여 대규모의 수의학부를 설립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으나 반대의견이 많아 이 계획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수의학교육은 외국의 여러 나라와 비교해도 결코 뒤져있지 않다. 진료시설이나 설비가 빈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각 대학이 적극적으로 방안을 모색하며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므로 학생은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세계 각지로부터 일본의 수의학을 배우기 위해 오는 유학생도 늘고 있다.

새로운 식품 개발 등 수의사 이외로 확대되는 직업의 범위

수의학과의 목표는 수의사의 양성이다. 수의사의 직업범위 가운데 가축이나 애완동물 등의 전염병예방과 치료를 제일로 하고 있다.
또한, 생활의 향상과 다양화에 따라 수의사의 직업범위는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신약 · 농약 · 식품첨가물 등 화합물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각종 동물실험과 인간의학의 기초연구를 위한 실험동물 · 질환모델동물의 개발 등도 필요하게 된다.
그리고 가축에 관한 높은 전문지식과 경험이 인정받아 제약 · 유업 · 식육관련 메이커의 연구소에서, 의약품개발이나 새로운 식품개발의 일을 맡게 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학부교육은 대학에서의 실험과 실습을 중시한다. 또, 질병에 걸린 가축을 상대로 진료와 치료를 실시하는 곳이 많다.
수의사양성과정은 아니지만 수의학관련의 기술을 습득하는 4년제 수의보건학과도 있다.
동물의 미용, 트리밍의 지식과 기술, 장애인의 생활을 돕는 안내견, 경찰견의 육성 등, 수의료 현장에서의 실습도 포함한 실전적인 배움이 중시된다.